접촉사고

person 김종규 객원기자
schedule 송고 : 2009-01-29 09:37

7일 저녁 두 건의 일이 겹친다. 사교육에 정진하고 있는 딸아이를 학원까지 모셔야 할 시간과 연탄 모임 신년교례회가 같은 시간에 잡혔다. 전날 늦게 귀가한 죄가 있어 당연히 딸아이를 모시는 일을 우선으로 했다. 급히 내려주고 굽이굽이 고갯길로 된 도로를 타고 모임 장소로 향했다. 심한 경사가 반복되는 도로라 과속 방지턱도 많고 편도 1차선 길의 바깥쪽에는 차들이 길게 주차되어있는 도로라 속도를 40 km 정도로 해서 달렸다. 뒤에 차 한 대가 따라오는데 신경이 좀 쓰인다. 그 차량 운전자가 보면 내 운전이 매우 답답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. 그래도 나로서는 더 이상은 빨리 달릴 재주가 없다.

경사 도로가 끝나고 북문시장 앞에서 우회전을 하려는데 횡단보도에 사람이 건너고 있다. 당연히 정지. 정지하고 몇 초가 지난 때에 갑자기 “쿵” 하는 소리와 함께 목이 살짝 젖혀진다. 나를 따라오던 그 차량이 내 차를 받은 것이다. 일단 내렸다. 뒷차에서는 웬 아주머니 한분이 내린다. 점잖게 말했다. 정말 점잖게.

“사람이 건너가고 있잖아요.”

“미안해요. 못봤어요. 보험처리할까요?”

“그런데 어디를 박았어요?”

말하면서 뒷범퍼를 보니 원래 긁힌 자국 한 곳과, 사고 당시 생긴 흠집인지 그 전에 난 흠집인지 모를 흠집이 한 곳 있다. 뭐, 범퍼를 교체해야 할 정도는 아니다. 그리고 정확히 어디를 받히고 어느 정도로 상했다는 것이 알아야 항의라도 할텐데 내가 봐다 받힌 위치를 모르겠으니 따지기도 뭣하다. 뒷차는 보니까 중형 신차인 것 같은데 앞쪽 범퍼 오른쪽이 약간 찌그러진 것 같다. 가야 할 길도 바쁘고, 오래 수작을 걸고 싶은 마음이 생길 정도의 미모도 아니어서 마무리를 했다.

“명함이나 한 장 주세요.”  

“명함이 없어요.”

“그럼 전화번호나 입력해 주세요. 별일 없으면 연락 않겠습니다.”

회의를 마친 후에 범퍼는 신경 쓰지 말라는 문자를 보내려다 이 나이엔 자고 일어나봐야 안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잤다. 아침에 보니 오른쪽 흉쇄유돌근(서양에서는 이 근육이 발달해야 미인)이 조금 결리는데 접촉사고 때문인지 잠을 잘못 자서인지도 모르겠고, 사진을 찍어도 뭔 이상이 나올 것 같지도 않다. 별일 없으면 연락 않겠다고 했으니 굳이 연락할 일도 없다 싶어 그냥 두기로 했다. 박으려면 뒷문이라도 냅다 박아서 견적이 50만원만 넘겼으면 찻값보다 견적이 더 나와 이 기회에 차를 바꿀 수도 있었다. 범퍼를 갈기도 뭣할 정도로 박았으니 기분만 나쁘고 소득이 없다.

 ※ 김종규님은 현재 안동병원 진단의학과에 근무하고 있습니다.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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